[인터뷰] “태교·분만 핵심은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이교원 교수는 “산고와 태아의 출생고통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그것을 진실로 알게되면 여러분의 인생이 바뀐다”고 태교와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태교전도사’ 이교원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교원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병원 내에서 ‘태교전도사’로 유명하다. 엄마의 자궁과 유사한 환경에서 아기가 스트레스 없이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사랑수 분만법’을 개발해 지난 3년간 400명의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줬기 때문.
5년 전 현대의학이 개입한 분만과 출산과정의 문제점을 인식, 의료진이 아닌 산모와 태아 중심의 분만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랑수 분만법’과 함께 병원에 ‘태교대학’을 개설해 태교와 분만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태교와 분만에 있어 핵심은 ‘옥시토신’이었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몸에 좋은 호르몬이 상당히 많이 분출되는데 그중 가장 좋은 호르몬이 바로 옥시토신이다.
폭력 청소년, 태교·분만 시 옥시토신 결여
옥시토신은 산모와 태아의 분만과 출산, 육아과정까지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인체의 천연화학물질로 뇌의 사상하부에서 만들어져 뇌하수체후엽에서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임신기간 중 나오며 특히 분만과 수유 때 다량 분비된다.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사건 가해청소년들의 뇌를 조사해 보면 해마와 편도 부분에서 이상을 발견할 수 있죠. 이 부분에 장애가 생기면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봐도 공감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들은 정서적·심리적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아니라 뇌가 아픈 환자들인 거죠. 뇌의 장애는 태내에 머무를 때와 출생 시 옥시토신 결핍으로 생긴 ‘트라우마’가 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옥시토신의 중요성에 대한 이교원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들 중 태아 때부터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없어 옥시토신이 결핍되거나 출생 시 옥시토신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968년 ‘사랑’이라는 감정이 호르몬에 의해 생성된다는 획기적인 실험결과가 발표됐다. 임신한 쥐의 혈액을 처녀 쥐에게 넣어주었더니 처녀 쥐에게 새끼 쥐를 돌보는 모성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1979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잡지를 통해 이 물질이 바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임이 밝혀졌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옥시토신을 ‘이타적 호르몬’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옥시토신이 중요한 것은 엄마뿐 아니라 태아도 만든다는 것. 임신 초기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엄마와 태아의 기초가 다져진다. 이 교수는 “태아가 옥시토신을 분비해 산모의 진통을 유발한다”며 “옥시토신은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급격히 증가하고 분만 시 분비량은 최고치에 달한다 ”고 말했다.
또 “임신 중 부모와 공감하며 태교를 받고 출산한 아이는 울지 않고 눈을 빨리 뜬다”며 “눈을 떠 자신을 품고 있던 엄마를 각인하면서 편안하게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탯줄을 끊어 버리고 즉각 폐호흡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계적 출산문화가 아닌 엄마와 태아가 중심이 된 분만시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왕절개·유도분만…옥시토신 분비 차단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분만 중 제왕절개와 유도분만은 38~40%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25~30%정도이고 유럽은 15% 정도이다. 옥시토신이 최고조로 분비되는 분만과정이 기계적인 현대의학의 개입으로 생략되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태내 열 달,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건강한 수정란을 만드는 시기, 정자와 난자가 탄생할 때 인간은 태어납니다. 그리고 태내에서 열 달 동안 하고 남은 일을 완성하는 시기가 만 3세입니다. 인간의 뇌가 탄생하는 거죠. 만 3세가 되는 시기까지 인간의 삶을 채우는 중요한 것들의 씨가 뿌려지고 뿌리를 내리며 움을 틔웁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조상들의 옛말은 정확하고 과학적인 말입니다.”
이 교수의 ‘옥시토신’ 강의는 계속된다. 그는 “옥시토신이 중요한 것은 산모와 태아 사이의 본딩(Bonding : 유대형성)에 관여하기 때문”이라며 “모유수유가 좋은 것은 모유의 안전성과 영양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아기와 엄마의 애착과 유대가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유수유를 한 아이들이 머리가 좋은 것은 옥시토신의 공급을 충분히 받았기 때문”이라며 “옥시토신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의 시냅스 가소성을 증가시켜 유연성을 증대하기 때문에 머리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왕절개와 유도분만율이 높은 사회일수록 강력범죄, 자살, 우울증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며 “임신이라도 하면 무슨 죄인양 회사를 그만두거나 출산휴가를 가도 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이 개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산 후 태교와 출산은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며 “아내의 임신기간 중 남편도 절제와 희생을 공유해야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헬스경향 김치중 기자 bkmin@k-heal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