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안먹고 버티기.. 태아도 위험하다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통계에 따르면 임신중절의 10%는 약물복용에 따른 기형아 출산 우려 때문에 이루어진다. 임신한 줄 모르고 먹은 감기약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소 과도한 불안감 때문에 많은 태아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는 불운을 겪게 된다.
또 임신 중 약물복용에 대한 여러 오해는 산모로 하여금 극심한 통증을 참도록 강요한다. 이는 산모의 건강뿐 아니라 태아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임신 중 약물복용법은 각 약물의 특징, 산모의 건강상태에 따라 매우 다양하므로 각 사례마다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수다. 흔히 접하게 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모아봤다.
◆임신 중 감기치료 어떻게 하나
기본적으로 임신 중 약물복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감기에 걸렸다면 충분한 휴식과 탈수를 막기 위한 수분섭취를 해야 한다.
하지만 발열, 오한 등 호흡기 감염질환 증상을 무조건 견디기만 하는 것도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산모가 38도 이상 고열에 노출되면 태아의 신경계에 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열이 계속될 경우 해열진통제를 먹는 게 좋다. 1차로 추천되는 약은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이다. 다른 진통제도 단기간 사용은 상관없지만 임신3기(26주) 이상에선 장기 사용할 경우 태아의 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두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임신초기 호르몬변화, 수면부족, 혈액순환 변화, 카페인 중단 등으로 두통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이 추천된다. 다만 에르고타민, 수마트립탄 등 약물은 편두통에 효과적이지만 임신 중 먹으면 안 된다.
◆변비가 심해졌는데 약 먹어도 될까
임신에 의해 변비가 생기거나 혹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과일이나 야채를 먹어 변의 부피를 늘리는 식이요법이 추천된다.
변비약 대부분은 장내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다. 락툴로즈나 차전자피, 비사코딜, 도큐세이트소디움 등 약물이 있다. 다만 복용기간에 따른 신중함이 요구되는 만큼, 약 복용 전에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철분제를 먹으면 변비가 더 심해지는데, 임산부에게 철분 섭취가 중요한 만큼 무조건 중단하지 않도록 한다.
◆입덧을 약물로 치료해도 되나
입덧 역시 약물보다는 생활요법으로 우선 관리하도록 한다. 통상 입원이 필요한 수준의 입덧은 1∼3% 정도다.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며 자극이 심한 음식은 섭취를 삼가고 양을 적게, 자주 먹도록 한다. 전통요법으로 침을 맞거나 생강차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약물로는 피리독신과 메토클로프라마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속쓰림이 있다, 위장약은 괜찮나
임신 중 먹어도 되는 위장약과 아닌 것이 있다. 슈크랄페이트와 같은 위점막보호제, 라니티딘과 같은 제산제 등은 먹어도 된다. 자신에게 적당한 약물을 골라 처방받도록 한다. 다만 헬리코박터로 인한 위염치료는 추천되는 약물들의 임신 중 안전성이 확립돼 있지 않으므로 치료를 출산 후로 미루는 편이 좋다.
◆종합비타민제 선물 받았는데 먹어도 될까
비타민도 일종의 약이라 생각해 복용을 기피하는 산모들이 많다. 실제 여러 성분이 복합된 종합비타민의 경우 설명서를 보면 '주의 : 임산부'라고 쓰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사실상 '금기'라기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 차원인 경우가 많다.
우선 엽산이나 철분, 아연 등 음식으로 충분한 섭취가 어려운 성분은 영양제 형태로 먹는 게 좋다.
비타민A가 문제인데, 일부 국가에서는 비타민A를 기형 또든 기형빈도 증가 의심 약물로 구분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임신부에게 필요한 비타민A를 하루 2667IU라 권고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1만IU의 비타민A는 태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종합비타민은 고른 영양섭취가 어려운 임신부를 위해 복용이 권장된다. 특히 비타민C, 칼슘, 미네랄은 기형 유발 우려가 있는 산화성물질을 제거해주므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엽산은 임신 1개월 전부터 복용하면 기형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 400마이크로그램이 추천된다. 산모가 비만인 경우엔 1000마이크로그램(1mg), 신경관결손증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거나 당뇨를 앓는 경우, 간질약을 복용하는 산모는 4000마이크로그램(4mg)이 권장된다.
◆헷갈리는 약물복용법…궁금한 점이 있다면
임신 중 약물복용에 대한 정보는 그 양이 방대하고 복잡해, 산모 개인이 정확한 정보를 제 때 찾기 쉽지 않다. 전반적인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www.nifds.go.kr)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다소 구체적인 정보는 한국마더리스크프로그램(www.motherisk.or.kr)에서 찾을 수 있다. 관동대학교 제일병원이 운영하는 콜센터(02-2000-7900)를 통하면 개별 상담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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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