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양육과 조부모 육아
대리양육 시 고려해야 할 점
낯가림이라든가 분리불안은 영아기에 정상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이 시기를 잘 지나는 것은 아기의 정서발달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신뢰 형성에 중요하기 때문에 아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만 할 경우에는 미리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 첫째, 애착은 반드시 어머니와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할머니 혹은 아버지 또는 그 외의 다른 성인들과도 애착이 생겨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 분들과 아기가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많은 성인들과 애착이 생길수록 좋습니다.
- 둘째, 모든 아이들에게 분리불안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지만 특히 이전에 어머니로부터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었던 아이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많지 않거나 어머니로부터 지나친 보호를 받은 아기도 어머니와 떨어질 때 두려움이 심해집니다. 따라서 아기가 일찍부터 다른 아이들이나 어른들과 어울리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매일 다른 아기와 같이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고 놀이방 같은 곳에서 다른 아기들과 같이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 셋째, 아기를 맡겨야 될 경우에는 돌보게 될 사람이 믿을 수 있고 친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기에게 점차적으로 인지시켜 주고, 돌보는 사람과 애착이 형성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돌보는 사람과 아이가 처음으로 같이 지내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아기와 같이 있어주면서 돌보는 사람과 아이가 친숙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감으로써 아기에게 스스로 조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한편 돌보는 사람은 가능한 바뀌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이가 다른 사람의 집이나 장소에서 지내야 할 경우에는 아이와 어머니가 그 곳에 머무르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식으로 그 장소에 대해 낯설음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넷째, 아이가 어느 정도 대리 양육자에게 적응하여 어머니가 아침마다 출근을 할 때에는 반드시 아이에게 알리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저녁에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켜 주고 아이를 안심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반드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 시간은 최대한 즐겁게 보내야 합니다. 한편 아기를 대할 때에는 아기에게 죄책감을 갖지 말고 자연스럽게 대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아기의 성장이나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경우, 즉, 아기의 언어 발달이 느리거나, 표정이 어둡거나, 잘 안먹거나, 생활 리듬이 불규칙한 경우 등에는 아기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보다 신중하게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조부모 육아의 장점
조부모의 너그럽고 온화한 성품에 영향을 받은 아이는 안정된 정서를 지니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현대 가정은 거의 핵가족화되어 자칫 아이들은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자라기 쉽습니다. 노인이 있는 가정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친밀감을 가지고, 또한 그 가정에서 차지하는 노인의 위치가 중요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아이도 노인을 위하는 마음을 본받아 예절 바르고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미덕을 전해 줍니다.
조부모 육아의 단점과 대책
지나친 응석
조부모가 손자에게 상냥한 것은 좋지만 무엇이나 손자의 요구대로 하는 경우는 좋지 않습니다. 이런 때는 가족들이 모두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서 양육 방침을 정하고 아이에게도 약속한 양육 방침은 지킬 수 있도록 미리 합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고 문제가 생겼을 때에 대처하게 되면 오히려 아이에게 혼란만 일으키게 됩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괜찮다고 하고 부모는 안 된다고 하는 마찰이 생길 우려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사전에 합의하여 한 가지 일에 대해서는 조부모와 부모가 같은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과보호
아이가 나름대로 모험을 하고자 하면 ‘높은 곳에 올라가면 위험하다.’ ‘달리면 넘어진다.’ 와 같이 제재를 할 수 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면 걱정그럽고 어쩔 도리가 없기도 하겠지만 너무 얽어매면 소극적이 됩니다. 또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와주고, 몇 살이 되어도 밥을 먹이거나 옷을 갈아 입혀주기도 하면 아이는 의타심이 강해지고 무엇이나 혼자서는 하려고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럴 때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기쁨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잘 할 수 있으면 칭찬해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려서 조부모님을 이해시켜 드려야 합니다.
육아 방식의 차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어머니, 아버지, 조부모님의 양육 방침에 있어서 일관성이 요구됩니다. 되도록이면 함께 의논하여 양육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일관성있는 원칙에 의해 아이를 보살펴서 아이로 하여금 해야 될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할머니의 경험에 근거하는 육아가 때로는 좋은 점도 있겠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육아에 관한 지식이나 사고 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육아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할머니께서 강력히 주장하면 반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런 때는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육아책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와 같이 외부의 권위를 빌리거나 해서 조부모님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지 않게 하고, 감정적인 대립이 되지 않는 말로 설득시키도록 합니다.
보육경험이 아동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여성의 취업 증가는 산업화와 함께 나타난 핵가족화로의 가족유형의 변화와 함께 가족이나 친척 등에 의한 전통적 자녀양육 방식에서 가정 밖의 타인에 의한 보육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합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때만 해도 보육은 취업률이 높은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대리보육의 개념으로 출발하였으나, 보육이 아동보호와 유아교육 양면을 모두 포함하고 보육시설의 질이 향상되고 무상보육제도가 도입되면서 보육대상이 전체 영유아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영유아들이 어려서부터 타인에 의해 양육되고 다수의 시간을 가정보다 어린이집에서 보내게 되면서 보육경험이 영유아의 심리․정서발달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결과들은 단순히 보육경험의 유무 자체가 아동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보육의 질(質, quality), 아동이 어린이집과 가족 내에서 갖는 경험, 아동의 성격․연령․발달 단계와 같은 아동 자신의 특성 등 여러 변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합니다.
즉, 보육의 질적 수준만 우수하다면 영유아가 보육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손상을 입지 않으며, 영유아와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양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아이와 부모와의 애착형성에 장애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보육의 질은 교사의 수(數)와 교육경력, 보육집단의 크기, 프로그램 수준, 시설 및 환경, 교사와 아이와의 상호작용의 정도 등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한편, 연구결과는 부부간의 결혼만족도도 궁극적으로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합니다. 대개 남편으로부터 지원을 충분히 받은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반응적이고 긍정적인 정서를 더 많이 나타내는데, 민감하고 온정적인 부모에 의해 안정된 애착형성이 이루어지고 아이의 심리․정서발달이 촉진되며 타인과도 좋은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성이 싹트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는 경우에는 남편의 부인에 대한 정서적 지원과 가사 역할 분담,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분에 대한 신뢰감 등이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연구결과들은 부모가 아닌 타인 보육 혹은 기관 보육이 아동에게 영향을 끼치는 단일한 변인이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하여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더니 아이의 행동이나 성격이 안좋아졌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당치 못한 것입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부모의 관심과 애정은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어린이집은 부모의 역할을 일정 시간 대리 수행하는 곳이며, 아동의 건전한 양육과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 부모와 어린이집 모두 아이에게 관심과 애정을 충분히 보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출처: 동남보건대학교 아동보육복지과 교수 김혜금, 육아상담 및 보육정보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