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1세로 인정하지만 서양에서는 0세로 취급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엄마 자궁 속의 1년을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서양에서도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이야기다. 이만큼 우리 조상들의 사고와 사상이 선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태교를 보면 우리선조들의 지혜와 선경지명을 확인 할 수 있다. 임신전부터의 몸과 마음가짐의 중요성은 우리전통태교에서 일치감치 강조해 왔던 것이다. 이사주당의 ≪태교신기언해≫에 보면 “스승이 10년을 잘 가르쳐도 어미가 뱃속에서 열 달 잘 가르침만 못하고, 어미가 뱃속에서 열 달 가르침이 아비가 하룻밤에 부부 교합할 때 마음을 바르게 함만 못하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임신전 태교나 남편의 마음가짐을 강조한 것은 지금시점으로 보아도 다른 선진국들의 태교보다 우리의 전통 태교가 한발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의 탄생을 바라는 것은 모든 임신부의 소망. 그래서 무엇보다 태교에 힘써야 하는데, 둘째를 임신한 엄마들은 첫아이를 돌보느라 제대로 ‘태교’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갖기 어렵다. 큰아이와 유익한 시간을 보내면서 둘째 태교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은 없을까?
첫째 때보다 더 힘겨운 둘째 태교
첫아이 때보다는 연륜이 생겨 둘째 임신이 훨씬 수월하다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이 많다. 일단 태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엄마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큰아이는 2세, 터울이 좀 지면 4~5세 정도가 대부분. 사실 아이가 뭘 알겠는가? 뱃속에 제 동생이 있든 말든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잘 때까지 밥 달라, 그림책 읽어 달라, 재워 달라 줄기차게 ‘엄마’만 찾는다. 아이 하나 돌보기에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지경. 태교는 고사하고 잠이라도 푹 자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첫째 때는 요가 교실에도 나가고, 영양가 있는 음식만 가려 먹고, 책도 보면서 나름 태교에 최선을 다했는데 둘째 때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태교의 기본은 임신부가 ‘편한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던가. 청개구리처럼 말 안 듣는 첫째를 돌보노라면 울컥 화도 나고, 어쩔 수 없이 야단도 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뱃속 아기를 생각하면서 ‘화를 내면 안 되는데’, ‘좋은 말만 써야 하는데’ 후회하며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고…, 정말 이래저래 태교하기 힘들다.
큰아이도 의외로 어려운 시기를 겪는다
하지만 엄마의 임신 기간 동안 큰아이 역시 의외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점점 배가 불러가는 엄마가 낯설고, 그전만큼 자기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낀다. 또 예전에 자기에게만 시선이 집중했던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뱃속 아기’에만 관심을 가지니 아이로서는 소외감과 질투심, 상실감, 불안함 등이 뒤섞이는 것이다. 의젓했던 아이가 둘째를 보기도 전에 퇴행현상을 겪는다든가, 극심하게 떼를 부리는 현상은 이런 감정을 표출하는 셈이다. 이런 아이를 보는 엄마 역시 아이를 제대로 다독이지 못했다는 자책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다른 집 아이들은 엄마 손 잡고 문화센터, 박물관, 체험전 할 것 없이 부지런히 다니는데, 이러다 혹시 또래보다 뒤처지는 건 아닌지 은근히 조바심도 난다.
첫아이를 둔 임신부, 생활 태교가 정답이다
태교 전문가는 ‘태교는 따로 시간 내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찬을 만들며 재료를 썰고, 향을 맡고, 간을 맞추며 오감 태교를 할 수 있고, 졸졸 물을 틀어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세수하는 것도 뱃속 태아를 위한 훌륭한 청각 태교가 된다. 첫째 아이를 돌보는 시간과 둘째 아이의 태교를 위한 시간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자. 첫째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태교다.
● 첫아이와 함께하는 생활 태교 ●
① 아이의 노래를 들어주세요
사람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음역은 20~2만 hz인데, 워낙 그 폭인 넓어서 CD에는 모두 담을 수 없다. 이 음역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목소리. 세상에 노래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네가 뱃속 동생한테 노래 좀 불러줄래?” 하고 부탁하면 큰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뱃속 아이는 다양한 소리의 파장을 통해 뇌세포를 마구 늘린다. 꼭 동요가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삽입곡이나 가요라도 상관없다.
② 하루 30분, 함께 공원을 산책하세요
하루 일과 중 큰아이와 ‘산책’ 하는 시간을 꼭 넣을 것. 꾸준한 ‘걷기’는 순산을 도울 뿐 아니라 임신부의 기분 전환에 그만이다. 아이 역시 신기한 볼거리가 많고, 뛰어놀 수 있는 바깥을 좋아한다. 엄마가 어디 나갈 기미만 보이면 곧바로 현관 앞을 점령하는 아이들. 하루 30분, 가까운 공원도 여의치 않다면 아파트 단지라도 아이와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산책해보자.
③ 하하호호 하루 10번씩 웃어요
‘우리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명언처럼 자주, 크게 웃는 것만으로도 태교가 가능하다. 웃으면서 나오는 엔도르핀은 뱃속 아기의 기분을 좋게 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아침 잠자리에서 아이를 깨울 때 간지럼을 태우면서,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며, 아이와 역할 놀이를 할 때도 조금은 과장되게 하하호호 웃어보자. 큰아이가 그린 그림이나 블록 쌓은 것을 바라보며 “와~ 정말 멋진데” 하고 감탄하며 웃으면 웃음 태교의 효과는 배가 된다. 이런 엄마의 긍정적인 반응에 큰아이의 기분 역시 고조될 것이다. 하루 10번씩 소리 내어 웃으려고 노력할 것.
④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세요
첫째 아이에게 읽어주는 그림책으로 ‘독서 태교’를 시작하자. 그림책은 어른이 봐도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고, 일러스트는 화사하고 밝은 색채를 쓰기 때문에 따로 ‘태교 그림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큰아이와 뱃속 아이 둘이 동시에 듣는 셈이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네가 동생한테 한번 읽어주면 어때?”라고 제안해보자.
⑤ 따라쟁이 엄마가 되세요
엄마가 첫째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도 좋은 생활 태교법 중 하나. 아이가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따라해 본다. 그림을 그리면 엄마도 아이가 그린 것과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아이가 뛰면 가볍게 뛰는 흉내를 낸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의 행동 패턴을 따라 하다 보면 자연히 운동이 되고,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수의 출렁임이 왕성해지면서 태아의 촉각 자극이 극대화된다. 자신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엄마를 보며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의 웃음소리는 보너스.
⑥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어요
임신을 하면 음식 하나도 좋은 것, 덜 해롭고 자극적인 것을 골라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음식 태교’가 별것이겠는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달디단 과자나 패스트푸드를 먹이고 있었다면 이 기회에 식단을 바꿔보자. 아이를 위해 ‘따로’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천연 재료를 이용해 담백하게 요리한 뒤 엄마도 아이와 함께 먹는 것이다. 콩, 호박, 연근, 가지, 시금치 등 임신부가 먹으면 좋은 식재료는 성장기 아이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철분을 보충해주고, 특히 견과류는 큰아이는 물론 뱃속 아기의 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좋은 식품이다.